귀농귀촌

귀농생각(3)-흙이 주는 즐거움

어리실 2012. 7. 9. 16:49

 

직업이 비교적 자유롭다 보니 여행을 다닐 기회가 많이 있었다. 낚시나 등산 등 취미생활도 열심히 했지만 애들 어렸을 적엔 애들 끌고 많이 다니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애들하고 같이 다녔던 여행도 한 때였다. 큰애가 고1, 작은애가 중 2인 지금 가족여행 가기가 만만치 않다. 2년전에 큰맘먹고 제주도 캠핑 여행 1주간 다녀온 뒤론 애들하고 같이 여행간 기억이 거의 없다. 이미 애들은 친구들하고 노는 시간을 더 재미있어 한다. 첨엔 주말마다 애들끼리 놓고 농장에 다니는 것이 미안했는데 이제는 애들이 등을 떠 미는 형국이 되었다.

 

부부가 같이 할 수 있는 일 중 정신과 몸이 건강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같이 운동을 하거나 여행, 캠핑, 문화생활, 물론 찾아보면 많이 있을 것이다. 각자의 가치에 맞는 일 말이다. 우리 부부는 촌(?)스러워서인지 흙을 선택하였다. 그것도 주말주택의 개념을 벗어나 농사로의 발상의 전환과 함께 말이다. 농장에 나무를 심고 텃밭에 야채를 가꾸다 보니 같이 무엇인가를 한 다는 자체가 이미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자칫 무료해지기 쉬운 중년 생활에 활역소가 되는 것이다. 좋은 자연환경에서의 육체적인 노동은 건강한 정신을 만든다. 작물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또 다른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일주일마다 마주하는 대면식은 항상 서로를 격려하는 장이 된다. "주인님 저 이 만큼 자랐어요,  그래 크느라고 수고했다. 대견하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들, 상업화에 밀린 농부들이 키운 채소는 쉽게 크고 쉽게 시든다. 이유야 뻔 하다. 빨리 키우기 위해 거름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거름도 퇴비 위주의 시비는 양호하다. 하지만 현실은 값싸고 노동력이 적게 드는 화학비료가 넘쳐나고 있다.  작물들은 거름을 충분히 주지 않으면 잘 자라지 않는다. 거름을 친환경적인 퇴비를 선택하느냐, 아니면 화학비료를 선택하느냐는 최종 소비자가 누구인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젠 직접 친환경적인 먹거리를 먹으려면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니면 농약이나 화학비료없이 잘 자라는 그 무엇인가를 자연에서 채집하여 먹는 수 밖에 없다.  물론 양심적으로 농사를 짖는 많은 농부들이 있다. 특히 최근 귀농하는 사람들이 친환경적인 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수십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온 농부들보다는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채 실험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상 어느 한 작물만 놓고 보면 몸으로 터득한 그들의 노하우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 주말마다 커가는 들판의 작물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난다. 참 농사들 잘 짓는다. 그리고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많다. 현지에서 그들과 같은 작물을 심고 가꾸고 싶다면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다. 인터넷이나 책에서 얻는 지식은 말 그대로 지식일 뿐이다. 현실은 또 다르다. 하지만 그들과 다른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면 이야기가 달라 진다. 

 

 

비온뒤 청풍호의 한 지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