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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의 풍경

개와 고양이에 관한 단상

 

 

막내딸이 길고양이를 데려 오는 바람에 엉겹결에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길고양이는 아니더군요.

섞여서 그렇지 족보도 있는 고양이랍니다.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라 그런지 사람을 잘 따르는 편입니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는 여전하구요.  

 

농장으로 데려다 놓았더니 개들과 자주 싸우네요. 

사실 개들이 일방적으로 집적 거립니다.

고양이는 새끼를 보호하려 더 필사적입니다.

그동안 주인에게 이쁨 받았던 개들이

고양이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나 봅니다.  

 

개가 애교로 뭉쳤다면 고양이는 시크(?)한 면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고양이는 사람이 먼저 애교를 떨어야 한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개처럼 그리 애교를 많이 떨지는 않습니다. 

나름 표현을 하긴 합니다. 

가장 따를 때는 역시 먹을 것을 줄 때입니다.
그리고 퇴근 무렵이나 먹을 때가 되면 주인을 기다릴 줄도 알고 

또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바로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키우다 보니 새끼를 4마리나 낳아 2마리는 분양 보내고 남은 2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 데 요즈음 개들과 싸우더니 안전한 장소를 찾는 훈련을 새끼들에게

시키고 있는 모양입니다.

나무를 타고 농막 지붕까지 올라갔네요.

나머지 두마리도 분양해야 하는 데 적당한 기회만 찾고 있습니다.

 

 

지붕위의 새끼 고양이가 약간 겁먹은 표정인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렇게 높은 곳까지는 처음 올라왔을 겁니다.

 

 

 

밤나무를 타고 오르 내리는 녀석들의 전체적인 윤곽이 나오네요. 

 

 

 

 

동물과 사람의 차이는 이성과 사고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개와 고양이에게 이성과 사고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람을 놓고 볼때 그 정도가 매우 낮아 논할 가치가 없어 보입니다.   

 

올 초 2년생 포메라이언을 잃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농장 밑으로 제 멋대로 내려가

길을 잃고 다른 골짜기로 들어간 모양입니다. 

아무리 찾아 돌아다녀도 하루 종일 보이지 않아 할 수 없이 포기하고

다른 볼 일이 있어 2일 만에 농장에 돌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여  밖에 밥을 두긴 했었죠.

 

농장에 돌아 가 보니 꼬질꼬질한  그 녀석이 짖고 달려 왔습니다.

퀭한 눈에 온 몸에 흙이 묻은 몰골을 보니 그 동안의 행적이 짐작이 갔습니다. 

아마 이 골짜기 저 골짜기 헤매이다가 운좋게 찾았을 겁니다.

반가운 마음에 코끝이 찡하더군요.

발달된 후각과 더불어 어느 정도의 사고능력이 있으니 집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겠죠.  

 

개와 고양이는 주인이 맛있는 음식 한 조각만이라도 던져 준다면

하루 종일 꼼짝도 안하고 기다릴 줄 압니다. 

그들의 움직임도 사실 먹을 것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고 본능에 충실할 뿐이죠.

 

이렇게 보면 사람이야 말로 의식주를 떠나 자신만의 이성과 사고를 가지고

가치를  추구하거나 창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한적한 산골에서 동식물과 마주하다보면 가끔은

동식물과 차별화된 사람이 그립습니다.

 

오늘 밤은 그 사람과 함께 막걸리를 한 잔 하고 싶은  

조그만 소망이 어둠을  타고 살며시 다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