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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

가을의 길목에서

 

집사람이 틈틈히 만들어 놓은 화단입니다.

어느 덧 예쁜 꽃들을 맺고 있네요.

때론 먹거리를 하나라도 더 심는 것이 더 실속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 보니 애들도 그 이상의 가치를 하네요.

덕분에 눈이 호강합니다.  

 

 

 

부질없는 욕심에 열무밭을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지난주 뿌린 열무밭에서 이쁘게 나왔던 새싹들을 보다가 괜한 욕심을 부려봅니다.

이런 욕심은 욕심이 아니기도 합니다.

연속극 1회 볼 시간이면 씨까지 파종하는 데 

혼자 다 못먹으면 나눌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아, 나눌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불현듯 임자가 떠올랐지요. 

동생이 생각난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합니다.  

 

아욱입니다.

아욱된장국을 좋아합니다.

집이든 식당음식이든 아욱된장국은 내게 실망을 준 적이 없습니다.

내마음도 믿지 못하는 삶의 소용돌이속에서 그나마 날 배신하지 않는 맛이기도 합니다.  

귀농귀촌에서 사실상 가장 소소한 행복은 이런 작은 먹거리에 있습니다. 

집적 파종하고 크는 것도 지켜보며 말입니다.  

 

 

 

열무도 올라오네요.

작년에 뿌리고 남았던 씨앗이 있어 뿌렸는 데 잘 나옵니다.

대개 씨앗은 유통기한이 있기 마련인데

걱정할 필요가 없네요. 봄에 뿌릴만큼 뿌리고 남겨놓았다가 가을에 뿌리면 되고 

가을에 다 못뿌리면 그 다음해 뿌려도 잘 나네요. 

일부러 씨를 사러 나가지 않아도 되고 또 씨를 본 김에 뿌리게 되었으니

과정과 결과 모두 좋습니다.  

  

 

열무씨 옆에 돌산갓씨가 있었습니다.

삼채하고 같이 갓김치를 담그면 끝내줍니다.

작년에 맛있게 먹었던 생각이 나 밭을 일구었는데

군데 군데 싹이터 힘차게 올라오고 있네요.

보통 씨앗들은 수분만 잘 공급해 주면 며칠이면 발아합니다.

새로운 작물용으로 파종하면서 수분공급을 안해주고 비가오기만 기다리며 노심초사했던

올 봄을 되돌아보니 참 멍청했었네요. 

결국은 집에서 물을 주며 싹을 틔웠지만 옮겨 심지 못해 올해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실패하며 배운다고 했나요.

농사도 경험이네요.   

 

 

 

 

올해 효자중의 하나인 곤드레가 씨를 맺으려고 하네요.

가끔 곤드레밥을 해 먹었는 데 간장과 고추장만 있으면 간편하면서도 훌륭한 한 끼가 됩니다. 

 

초석잠입니다. 작년에 재배해서 종자를 늘렸는데

내년봄 수확해서 장아찌를 담고 또 모종을 만들 예정입니다. 

풀과의 경쟁에서도 비교적 잘 사는 애들이 기특하네요.  

 

올핸 추석이 일찍 찾아와 밤들이 아직 떨어지지 않고 있네요.

아직 멀은 것 같아도 금방 떨어집니다.

언젠가도 넋놓고 있다가 첫 수확을 다람쥐나 사람다람쥐에게

양보 했었죠.

아마 추석 끝나고 곧 밤을 줏어야 할 것 같습니다.

 

 

차조기입니다. 아직 수량이 많지 않아 때가되면 종자나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씨를 맺고 있네요. 습성이나 향이 들깨하고 비슷합니다.

가을이 되니 식물들은 알아서 씨를 맺고 있는 데

가을과 겨울을 맞을 준비가 덜 된 나를 발견하게 되네요.

생존과 번식이라는 숙명앞에 던져진 

동식물보다 못한 인간으로서 밟고 온 희미한 발자취를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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